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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X모험가

쿠가네는 얼마 만이더라. 그는 새삼스레 감개에 젖어 항구를 돌아보았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이 길게 자란 머리칼을 흩뜨려 놓았다. 다날란의 거주구역에 자리를 잡은 뒤로 나오는 일이 있었던가. 외출이라고는 총사령부와 관련된 임무들로 가끔 림사 로민사에 들렀던 것이 전부다. 진득하게도 붙어있었군. 사람을 쉽게 갈아치우던 그로서는 드물게 긴 시간이었다. 뭐, ...

얇은 날개 사이를 통과한 빛이 산란한다. 아름다운 생물이었다. 자연에서 살아남기엔 지나치게 눈에 띄는 푸른빛의 날개였다. 푸른 빛의 날개를 가진 나비는 알 수 없는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졸음이 오던 이유가 있군. 그가 짧게 생각했다. 손을 뻗자 날아다니던 나비 한 마리가 그의 손가락 끝에 사뿐히 내려앉아 날개를 접었다. 그는 날아다니는 나비들을 바라...

고등학생 AU가 보고 싶어서...

평소에 비해 일찍 끝난 방과 후의 교정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체전이 열리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인사 한 번 나눈 적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남들과 경쟁할 땐 그래도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은 법이다. 그랬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간 얼굴도, 이름도 몰랐을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근처의 시민회관에...

걍 본캐부캐 뻘한거

달리아가 가볍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요란스럽진 않지만 존재감은 충분히 알렸을 소리임에도 안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현관에 귀를 가져다대도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달리아는 생각에 잠겼다. 가엘의 자택과 부대 하우스를 동시에 드나들며 관리하는 사용인들로부터, 안갯빛 마을에 가엘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 두 시간 전이었다. 쉬면서 본인과 자잘한 것들을...

부캐부캐쟝

비공정에서 내리자마자, 무심결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바다의 도시에서 자라난 나에게 울다하의 건조한 공기는 참을 수 없이 힘들다. 습하고 짠내가 섞인 림사 로민사의 바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립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피부에 닿는 뜨거운 입김 같은 바람보다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비공정 승강장부...

부캐쟝 얘기

-잠깐 부대 하우스로 와줄 수 있습니까? 오랜만에 울린 링크펄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험가로서의 날 돌봐 주는 대부 같은 사람이자, 내가 속해 있는 이름 뿐인 자유부대의 부대장이다. 강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중한 부탁이었지만 주변 사람들 중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네, 갈게요.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차피 ...